모양이 변하는 행성, 금성을 알고 있나요?

요즘 저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서쪽 하늘에서 아주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을 하나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건 별이 아닙니다. 바로 금성입니다.

금성 (출처: SSV, MIPL, Magellan Team, NASA)
 

태양은 별입니다. 시리우스도 별입니다. 지구는 별이 아닙니다. 달은 별이 아닙니다. 금성도 별이 아닙니다. 지구와 금성은 별이 아닌 행성입니다. 달은 위성이지요. 말로 별과 별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타면서 빛을 내는 천체”를 별이라고 부릅니다. 어린이천문대에 오는 친구들에게도 1분이면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정의이죠.

하지만 반대로 하늘에서 별과 별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 별이 아닌 것들이 때로는 별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금성은 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 달 다음으로 가장 밝게 보입니다. 그렇다면 금성은 하늘에서 어떻게 그렇게 빛이 나는 걸까요?

금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금성은 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금성 주변에는 아주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낮에 볼 수 있는 유일한 별, 태양입니다. 금성은 태양 빛을 반사해 우리 눈에 마치 빛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금성이 다른 별보다도 밝게 빛나는 이유는 지구와 그리고 태양과의 거리가 가깝고, 태양 빛에 대한 반사율이 크기 때문입니다. 금성은 두꺼운 대기로 덮여 있는 행성이고, 금성의 대기는 금성이 태양 빛을 더 잘 반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금성의 반사율은 약 65%로 지구의 반사율이 약 30%인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금성의 반사율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도 가장 높습니다.

두꺼운 대기로 뒤덮인 금성 (출처: NASA/Jet Propulsion Laboratory-Caltech)

금성은 두꺼운 대기로 인해 온도와 압력이 굉장히 높은 행성이기도 합니다. 금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약 90배이고, 평균 온도는 약 500도입니다. 그래서 금성에 탐사선을 보내면 탐사선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망가져 버립니다. 1982년에 금성에 착륙한 탐사선 베네라 13호는 무려 127분 동안 작동했습니다. 120분은 지구에서는 ‘고작’ 하루의 1/12에 해당하는 시간이지만, 금성에서는 ‘무려’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금성은 “죽음의 별”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죽음의 별, 금성 탐사에 대한 의욕이 다시금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금성에서 생명체 존재의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2029년 6월로 예정된 다빈치미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베네라 14호가 찍은 금성 표면 (출처: Soviet Planetary Exploration Program, Venera 14)

금성을 가까이서 보면 죽음의 별, 지옥일 수도 있지만, 멀리서 본 금성은 굉장히 예쁘게 반짝입니다. 우리는 저녁의 서쪽 하늘 또는 새벽의 동쪽 하늘에서 이런 예쁜 금성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제 볼 수 있는 지에 따라서 금성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녁에 보이는 금성은 달처럼 하얀 밝은 별이라는 의미의 태백성(太白星) 혹은 개밥바라기라고 부릅니다. 바라기는 작은 그릇을 뜻하며, 개밥바라기는 개 밥그릇을 의미합니다. 개가 배가 고파서 저녁밥을 바랄 때 금성이 보인다고 하여 붙게 된 이름입니다. 새벽의 금성은 밝음을 여는 별이라는 의미의 계명성(啓明星) 혹은 샛별이라고 부릅니다. 샛별쌤에게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망원경으로 금성을 보여주면 샛별을 관측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천문대에서는 저녁에 금성을 보니 엄밀히 말하면 개밥바라기를 관측했다고 말해야 맞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샛별은 장래에 큰 발전을 이룩할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하늘의 금성처럼 더욱 밝게 빛날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런 의미를 만든 것이 아닐까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금성 (출처: NASA/JAXA)

우리가 하늘에 있는 금성을 맨눈으로 보면 그저 밝은 빛으로 보일 뿐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금성은 마치 달처럼 모양이 변합니다. 이를 처음으로 확인한 사람은 유명한 이탈리아의 천체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천문대에서는 일명 갈갈이 아저씨로 통하는 이 분은 금성을 관측하며 변화하는 모양을 보고 지동설을 더욱 확신했죠. 금성의 모양이 변하는 이유는 금성이 지구보다 안쪽 궤도를 돌고 있는 내행성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궤도 상의 위치와 태양 빛의 반사 방향에 따라 금성의 크기와 모양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금성은 초승달이나 그믐달의 모양일 때 크기가 가장 크고, 보름달과 가까운 모양이 될수록 크기가 점점 작아집니다. 그리고 완전한 보름달 모양일 때의 금성은 거의 관측할 수 없습니다. 태양 빛이 너무 강해 상대적으로 금성이 어두워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지구와의 거리도 멀기 때문입니다.

금성의 위상변화 (출처: NASA Science Daniel Herron)

요즘 밤하늘이 맑은 날 금성을 보면 마치 반달처럼 생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천문대에 온 아이들에게도 금성을 망원경으로 보여주면 “선생님, 너무 밝아요! 이거 태양 아닌가요?”, “와 진짜 반달이네? 이거 진짜 달 아니에요?” 하며 금성을 부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모르는 천체를 알려주고 직접 보여줄 때 뿌듯함이 느껴지면서 어린이천문대 선생님으로서 자부심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습니다. 다들 저녁에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개밥바라기를 보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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